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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렁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린 아직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김희선 객원기자  |  kang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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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1  1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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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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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말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아직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방증하는 현재형 명제가 된다. 우린 아직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연극열전 여덟 번째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렁스>는 이상을 향해 분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렸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으로 2011년 워싱턴에서 초연된 후 미국,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홍콩 등에서 공연된 남녀 2인극 <렁스>는 현실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인생을 쫓아간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리는 좋은 사람일까?’, ‘좋은 사람이란 뭘까?’ 좁게는 우리 주변의 환경, 넓게는 전세계와 이 지구에 대해 고민하며 매 순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한 여자(곽선영·이진희)와 한 남자(김동완·성두섭·이동하), 이들이 100분 내내 치열하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끝없이 고민하고 서로 나누어야 할 주제들을 담백하게 풀어놓는다.

지난 1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 연극 <렁스> 프레스콜에서 박소영 연출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여자와 남자가 좋은 사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둘 다 모순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연출은 “그 모순적인 부분들조차 우리와 굉장히 닮아있다는 점을 배우들과 얘기하며 깨달았다. 미화도 비난도 옹호도 없이,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그들의 모습을 무대에 올리자고 생각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박 연출의 말처럼 극에 나오는 두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논의하며 대화를 나누고 때론 싸우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하긴 어려운 모순적 인물들이다. 아이를 갖는 문제에서 시작해 서로의 신념과 환경에 대한 문제, 출산과 이별, 그리고 재회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싸우고 울고 사랑하고 끌어안으며 성장해 나간다. 그들이 100분의 시간 동안 걸어가는 인생의 자취는 벗어둔 신발로 무대 위에 남아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 텅 빈 무대 위를 100분 동안 꽉 채우는 건 여자와 남자 역할을 맡은 두 명의 배우다. 무대장치나 조명, 의상 등 모든 도구를 최소화한 무대 위에서 연기로만 극을 만들어 가야하는 <렁스>는 배우들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김동완은 “왜 그렇게 많은 선배들이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끝까지 (연극)무대를 놓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며 “10년 전 대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현상과 맞닿아 있는 극이다.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며 극과 무대에 대한 만족을 드러냈다.

연극 <킬미나우>, <프라이드>, 뮤지컬 <그날들> 등 무대는 물론 최근 드라마 <VIP>에도 출연한 여자역 배우 이진희는 <렁스>에 대해 “좋은 사람에 대한 물음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 말대로다. <렁스>는 극이 진행되는 90분 내내 ’남자‘와 ’여자‘의 입을 빌어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사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답은 뚜렷하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태어나 살아가고 마침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생각하고, 또 노력할 뿐이다. “머릿속 생각을 극으로 내뱉는 공연”이라는 김동완의 말이 곧 우리가 지금 <렁스>를 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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