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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와 아파트 인심김영탁
김정민 기자  |  elo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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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7  2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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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밀집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 이사 온 집에서 붙박이로 20년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이사 와서 3년째가 되던 해이던가 동대표를 해보라고 하데요. 그 이후에도 몇 차례 같은 말을 합디다. 아파트를 보는 눈이 차차로 넓어집디다. 동대표 안 하기를 잘 했구나, 그 생각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불평인데, 그래도 해 보겠습니다.

어린이 놀이터에 고무매트를 깔겠다며 설문지를 보내왔습니다. 쪽지를 보내올 때마다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파트 나이가 많아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 주민을 모아 놓고 확대회의도 몇 번 했습니다.

그간 어린이 놀이터는 시설이 낡고, 바닥의 모래가 더러워서 이용자들에게 불편했습니다. 하여 얼마 전 강가의 모래를 사와서 아주 두툼하게 깔아 놓고, 놀이기구도 실용성 있게 고급으로 바꾸어 찾는 아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좋은 자연의 모래를 고무매트로 덮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멀쩡한 모래위에 고무판을 깔아야 할 이유가 <고양이> 배설물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었지요. 고양이란 놈은 원래 습성이 까다로워, 술 마신 취객과 달라 똥·오줌을 아무데나 내지르지 않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의 놀이터는 바로 본인의 집 앞에 있습니다. 한 2백 평 크기쯤 됩니다. 20년 간 이 터에서 살면서 고양이가 와서 모래 위에 똥, 오줌 누는 것 보지 못했습니다.

그간에 본인이 목도한 놀이터의 풍경은 이러합디다. 좀 큰 아이들은 그네를 타고, 중간 크기 아이들은 시소놀이를 하고, 꼬마들은 모래를 장난감 삼았습니다. 철봉에 매달리는 경우를 보기는 드물었습니다.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고, 뜀박질을 하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바닷가의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모래사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야 하는 꼬마들에게 모래 깔린 놀이터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피부병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흙을 밟으라는 의사의 처방전도 있습니다.

아파트의 놀이터는 주로 하절기에 인기가 있는데, 그 기간 고무판은 열을 토합니다. 열 받은 놀이터로 꼬마들이 모일까요?

고무판을 부득이 깔아야 할 놀이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을 몹시 타는 지역으로 흙먼지가 날려 이웃에 피해를 주거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어서 모래가 빗물에 쓸려나갈 우려가 있거나, 경사가 진 곳이거나, 사용자가 그의 없는 전시효과로 만들어 놓은 놀이터는 예외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내에 꾸며 놓은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인체에 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상의 문제로 도리 없이 고무판을 까는 것입니다.

안정성으로 따져 모래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습니다. 천하의 장사들이 황소처럼 격한 씨름을 하고도 다치지 않는 것은 그 판이 모래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14개의 놀이터가 있는데 그중 2개의 터엔 견본으로 고무판을 깔았다고 했습니다. 미리 깔아놓고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동의를 얻어 고무판을 사전에 깔아 놓고 의견을 묻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미리 깔아놓은 2개의 고무판 비용은 업자가 책임을 졌겠지요. 이렇게 상세하게 사전조치를 해놓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을 보면 이미 회장과 소장과 업자 사이에는 묵계가 되어 있었나 봅니다. 일단 교체 여부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부터 해야 순서에 맞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들 거주민이 동 대표에게 아파트의 관리상 무한 결정권을 위임한 것은 아닙니다.「물건을 보존한다.」는 통상의 관리 개념을 확대해석하면 낭패가 생기는 것입니다. 모리배는 법을 이용하고, 통치자는 법을 활용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간 우리 아파트에 있었던 비리를 접하면서 느낍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업자들과 자리를 자주하다가 보면 초심으로 가졌던 동 대표로서의 봉사정신이 희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간 열정을 가지고 정의롭게 아파트를 관리하느라 애쓰신 동대표님, 그리고 회장님, 계속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초심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고무판 교체는 부당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모래사장 위에서 꼬마들이 곧장 노닙니다.

프로필 

영동고등학교 명예퇴직  강남문인협회 회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 문단윤리위원회 윤리부장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서울지회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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