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공간으로 마련된 유리벽에 시민들이 포스트잇을 남겼다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한 20대 여성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살해당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는 알지 못하는 사이”며, “평소 여성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A(23ㆍ여)씨는 1층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2층 공용 화장실에 들렀다 뒤따라 들어온 피의자에게 왼쪽 흉부 등을 2~4차례 찔려 숨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피의자 김(34ㆍ남)씨가 화장실 근처에서 서성이다 A씨가 들어가자 뒤따라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했던 김씨는 약 9시간 뒤인 18일 오전 10시경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인근 음식점 종업원으로, 자신이 일하는 식당 주방에서 흉기를 챙겼으며, 검거 당시에도 주머니 속에 30cm 크기의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경찰서(서장 최주원)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1월 입원치료 후 퇴원 시 주치의로부터 약을 계속 복용하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3월 말 가출한 이후 약물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씨는 서울 지역의 한 신학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묻지마 범죄’를 넘어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드러냈다.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여자라서 살해당했다’, ‘살女주세요. 당신은 살아男았죠’ 등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도를 넘은 여성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은 피해자가 살해당한 새벽 1시경을 의미하는 ‘나는 새벽 1시에 ~했고, 살아남았다’는 글귀를 연속으로 남기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음을 지적했다.

한편, 19일 현재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흰 국화꽃과 추모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남기며 피해자를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