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강남의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가짜 검찰청 사이트까지 만들어 검사를 사칭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형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이모(25) 씨와 배모(25) 씨를 구속하고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2014년 12월경부터 지난 1월까지 중국 지린성 옌지의 한 사무실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어 “서울북부지검 검사”라며 “당신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여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모두 4명의 은행계좌에서 1억 4,000만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팀장급 종업원으로 일하다 이 업소에 술을 공급하는 주류도매상 손모 씨를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인 일명 ‘호성’을 알게 됐다. 중국으로 건너간 이 씨는 후배 종업원 5명에게 “전화 상담만 하면 한 달에 500만~1,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꾀어 보이스피싱 훈련을 시작했다.

범행 수법은 검찰 수사관 역할을 맡은 이가 ‘은행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피해자를 공황상태에 빠뜨리면 검사 역할 담당자가 피해자의 돈을 한 계좌에 모으게 해 대포통장으로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90일짜리 관광비자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주급으로 250위안(4만 5,000여 원)을 받는 대신 보이스피싱 성공시 입금액의 7%를, 팀장은 3%를 추가로 받았다. 이들을 소개한 손 씨는 3%를 수당으로 챙겼다.

검거에 대비해 중국 유흥주점의 남자 접대부로 일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추고 공범이 검거되면 변호사 비용까지 대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 돈이 송금된 대포통장 잔액을 확인하려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단서로 수사에 나서 피의자를 특정해 비자기한 만료로 국내에 들어오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총책 등 공범과 이들과 연계된 다른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