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불법시설물 11개 적발…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 크다”

서울시 “관련 절차 무시한 행정권 남용”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진흥원이 대치동에서 운영하는 SETEC 내 시설물 일부를 연말까지 행정대집행을 벌여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5일 합동점검반을 꾸려 SETEC을 포함한 관내 대형 3개 시설에 대해 일제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세텍 부지내 전시장에서 무단증축, 옥외 발전기실, 재활용과 쓰레기 분리시설, 직원휴게실 1개동, 창고 3개동 등 11개소 220㎡에 달하는 불법시설물이 적발됐다고 구는 주장했다.

또한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아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많고 이곳을 찾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표면적으로 이번 행정대집행의 명분에 대해 “세텍 부지내 제2시민청 건립 반대 추진위원회의 강남구민 공익감사 청구와 동시에 세텍 부지내 위법하고 불법한 가설건축물에 대해 자칫 겨울철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 강남구청에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옛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갈등이 이번 행정대집행 결정의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시 소유의 세텍 부지 내에 교육시설과 서울시민생활마당을 가건축물로 설치하고 시 산하 서울산업진흥원을 통해 운영해왔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인 제2시민청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산업진흥원은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연장신고 의무이행 청구’를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해 지난 21일 사실상 용도변경을 승인받았다. 제2시민청 설치를 위한 법적 걸림돌을 치운 셈이다.

그동안 행정소송을 공언해온 강남구는 이같은 서울시의 움직임에 세텍내 시설물 일부를 철거까지 공언함으로써 항의의 수위를 한단계 더 높였다.

강남구가 실제로 행정대집행을 단행한다면 세텍내에 제2시민청을 설치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은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2∼3년 한시적으로 운영할 시설에 적지 않은 예산을 무리하게 투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시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무분별하게 불법시설물을 설치해 주민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까지 단 한번도 위법건축물에 대한 지적이나 시정요구 없이 14일 시정명령서 통보 후 17일 행정대집행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관련절차를 무시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시정명령 대상인 건축물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신속히 시정조치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또 “자동방화문, 방화셔터, 비상조명등 등의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고 관할 소방서에서 연 2회 정기적으로 안전검사를 시행하는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한 소방시설을 설치 운영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