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시술, 일명 소파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의 위헌여부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곧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위헌판결 때도 4대 4 동수로 아슬아슬하게 합헌 판결을 받았었는데, 지난 7년 여 동안 임신중단에 우호적인 여론이 증대된 점과 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진보성향이 강화된 점 등을 들어 이번에는 위헌판결을 받으리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막상 위헌판결이 나와도 모든 임신중단에 대한 조건 없는 전면 허용은 어려울 것이며, 아마도 임신주수(妊娠週數)에 따른 한정 등 단서조항을 달아 합법으로 허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주 이내 혹은 17주 이내와 같은 일정기간 이내 허용을 하게 될 텐데 어느 정도 허용을 하던 종전의 불법화에 비하면 임신중단에 따르는 고심과 대응이 훨씬 밝고 건강한 것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임신중절을 무분별하다 할 만큼 남용해왔던 사회로서 이제 와 굳이 위헌판결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반문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낙태죄(落胎罪)의 존치로 가능했던 최소한의 심적 견제와 태아의 생명권 보호막이 완전히 철거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현재와 같은 불법시술이 가지는 문제점을 너무 가볍게 여긴 이야기이다. 해당 의료처치가 불법인 한 통계도 안 잡히고 심지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빠져 좋은 시술법과 건강한 약제가 나와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교육하는 기회가 봉쇄되는 문제점은 결코 적은 일이 아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여성의 몸에 떨어진다. “미프진(mifegyne)”이라는 사후피임약은 안전성이 검증된 임신중단 약제로서 전 세계에 판매되지만 임신중절을 불법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선 수입판매가 자유롭지 않아 오히려 가짜 복제약이 판을 치는 것을 본다.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 볼 때 아마 전체 여성의 반가량이 일생에 한 번 이상 임신중단 시술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안전한 시술을 양성화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을 더 이상 위험하고 음습한 공간에 방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따지고 보면 인류사의 전 기간을 통 털어 여자들은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권이 거의 없는 슬픈 역사를 살아왔다. 오늘날처럼 남녀 모두가 동등하게 자기 인생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피임과 임신중단이 보급된 덕분으로 보아야 한다. 임신과 출산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여자들도 학업과 취직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 다방면으로 용감하게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임신을 계속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면 임신주수가 늘어나 태아와 산모에게 큰 충격이 되기 전에 임신중단을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백번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한편,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과 동시에 임신 유지를 결정하는 사람을 돕는 컨설팅과 지원도 함께 입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신은 중단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할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렇게 할 여건을 국가는 마땅히 제공해야 하는 바 임신한 여성에게 마땅한 부양가족이나 경제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주거 및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 등을 의무화하는 입법이 차제에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좀 작은 문제지만 임신중단 시술을 하는 남녀를 대상으로 피임상담을 의무화하는 등 피임실패로 인한 건강약화를 예방하는 장치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