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와우 수술을 하다

이연재

인공 와우 수술이란 내이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성되어 있다.)의 손상으로 인해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 또는 농이 된 환자에게 청신경의 전기 자극으로 청력을 제공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달팽이 관내의 남아 있는 나선 신경절 세포나 말초 청신경을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해 대외 청각 중추에서 소리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공 와우 이식은 일반적으로 양쪽 귀에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이 있지만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경우 이식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심한 열로 (뇌막염)청신경이 죽었기 때문에 보청기는 도움이 되지못했다. 그러나 수술 전 청력 검사를 해보니 오른쪽 귀에 청신경이 살아있다고 들었다.

수술의 금기가 될 내과적, 신경과적, 정신과적, 문제가 없고 ct나 mrl 상에서 또 귀 구조의 심한 이상이 없고 기능을 하는 청신경이 살아있음이 증명 돼야 수술을 할 수 있다.

그 모든 검사를 받으면서 너무 힘들었다. 심장 검사를 할 때는 주사의 액체가 온몸으로 들어 갈 때 사람이 이렇게도 무섭고 모질구나 했다. 몸속으로 들어는 뜨듯한 주사액은 텁텁한 더운 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이 기분 나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남들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나는 왜 이런 장애를 가져서 이런 검사를 해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서러웠다. 나이를 먹었다 해도 엄마한테는 어린 자식이다. 아들에게도 미안했다. 이런 엄마를 만난 아들도 가엾다는 생각을 했다. 미어지는 설움에 겨워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훌쩍이면서

“상욱아 이쯤에서 그만 두면 안 될까?

“엄마 너무 힘들고 무서워 돈도 많이 들고”하니

“엄마 ! 잘 하다가 왜 그래? 돈 때문에 그래? 돈 걱정은 말어.”

나는 솔직히 아들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병실로 데려다 줄 안내원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눈물이 쏟아졌다. 많은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앞으로 수술비용 또한 수천만 원이 들겠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 후에는 기대만큼 청력의 도움을 받게 돌지도 미지수다. 왜냐하면 수술 후에도 오랫동안 와우기(매핑)조율을 받아야하고 언어치료 등등 꾸준히 받아야한다.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버스가 오는 방향만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누가 말을 거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앉아있던 곱게 차려입은 노부인이 나에게 버스 노선을 묻는 것이다. 나는 그때 (매핑) 인공 와우 기계를 귀에 걸고 있었다.

“서울로 나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느냐고 묻는다,” “그 버스를 타려면 몇 번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가서 몇 번 버스로 갈아 타시면 돼요.” 했다. 나는 내가 한 말을 못 알아 들었을까봐 상대분의 반응을 살피니 머리를 끄덕인다. 알아들은 듯했다. 내가 한말을 못 알아듣고 되묻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저쪽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아는 체하고 나선다. 한 정거만 가서 내려서 길 건너가서 타도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그러려면 내려서 길을 건너야하고 좀 걸어 내려가야 한다. 내가 바로 딴죽을 걸었다. “나랑 같이 내려요. 내가 잘 아니까요.” 달리는 버스 안이니 최대한 크게 천천히 말하니 또 금세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버스 오는 시스템을 올려다보니 “잠시 후”라고 뜬다. 그분께 버스가 잠시 후에 온대요. 저쪽에서 내렸으면 한참을 걸었겠지만 여기서 내리니 앉아 있다가 갈아타잖아요, 하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듣지 못하는 세상을 반평생을 살아왔다. 하루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니 자연히 말을 잃어갔다. 학창시절 예전의 똑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하는 음성 목소리도 작아지고 어눌하게 변한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기가 쉽지 않게 되니 되묻게 되는 곤란함이 있었다. 정확하지 못한 발음으로 말하는 것만 듣고도 아!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한 말을 되묻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다. 노부인도 단박 알아들었다는 것이 엄청 기분 좋았다. 아들 덕분의 인공 와우 수술을 받고 많은 소리를 찾았다. 주위에 일어나는 일상의 소음, 자동차 소리, 박수치는 소리, 웃는 소리, 음악소리, 문자 오는 폰 소리, 심지어는 옆에서 코푸는 소리, 기침소리에 깜짝 놀란다. 한 여름 길을 걷노라면 매미 우는 소리도 즐긴다. 아직 말을 배우는 손녀의 우는 소리도 듣기 좋다.

“맘마 ,아빠, 엄마”, 그러나 사람의 말소리는 웅얼웅얼 소리로 거기서 핵심을 내가 찾아야한다. 일주일의 한 번씩 받는 언어교육 원장님과의 교류도 크게 한 몫 했다. 말을 천천히 하기, 아는 노래 하기, 길을 걸어 갈 때 아무도 주위에 없으면 크게 노래하면서 걷는다. 이런 일례의 나의 일상이 많은 도움이 된 듯하다. 아직도 요원한 일이겠지만 이만큼이라도 감사하다.

그 당시 어렸다면 어렸을 아들이 거금을 들여서 부족한 엄마에게 안겨준 “효” 가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싶다.

약력

문학저널 수필부문 신인상

편지마을 동인

저서 ‘내안의 열린 아침’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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