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정일환

눈물은 감정의 표시다.

슬픔과 기쁨의 눈물이 있고, 생리적 작용으로 나오는 눈물도 있다.

눈물은 슬픔의 상징이다.

가족을 잃은 유족이 흘리는 비애의 눈물, 젊은 나이로 비명에 간 자식 영전(靈前)에서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말없이 내려다보는 영정 사진 앞에 고개 숙인 사람, 그 순간은 선과 악의 구별 없이 모두 선(善)의 대열에 선다.

하얀 국화 송이로 만들어진 조화(弔花)는 순결과 순수를 안고 장례식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다. 죽음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해 주는 관용을 만든다.

한 인간의 삶이 끝나는 순간 희비곡선의 그림도 퇴색해 간다. 살았을 때 치열했던 생존경쟁도 막을 내리고 부귀영화의 찬란한 불빛도 꺼져간다.

눈물의 성분은 98.55%의 물, 나트륨, 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글로불린 같은 단백질, 라이소린, 루이신엔케팔린으로 되어 있다.

슬픔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보다 염분이 많다고 한다. 눈물은 비극의 경우가 많다. 죽음과 질병의 고통, 사업의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슴속에 고여 있는 눈물이 아픔의 작동으로 노출될 때 고통의 무게를 덜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슬픔의 눈물은 없어야 하겠지만 인간을 성숙케 하고 수양을 쌓게 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탈무드에 “몸을 씻는 것은 비누요 마음을 씻는 것은 눈물이다”란 말이 나온다.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淨化)시킨다.

잘못을 뉘우치는 참회의 눈물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바른길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된다. 순간의 실수를 후회하고, 악한 마음을 씻어주는 눈물은 존재 의미가 있다.

눈가에 촉촉이 젖은 이슬을 머금은 여인의 모습,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는 남자의 마음, 가식 없는 진실의 눈물은 인간을 순수하고 참되게 한다.

눈물에는 기쁨의 눈물도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애타게 기다리던 남북이산가족의 극적인 상봉, 고된 훈련의 보람이 있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수년간 힘든 공부를 해 국가 최고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기쁨의 눈물이 난다.

이때의 눈물은 기쁨만이 아닌 감격과 지나간 날들의 고통이 혼합된 것이다.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긴 세월 인고(忍苦)의 날을 보내야 했다.

사람들은 슬픈 영화나 연극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희극을 보고 웃는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상황을 보고 함께 울고 웃는 감정의 표시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유일함이다.

남의 참사에 동정과 비애를 느끼고, 경사에 기쁨을 느끼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실수를 후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릴 때 순수하고 참의 마음을 갖게 된다.

눈물은 부정적 의미만이 아니고 우리 신체 보호를 위해 필수적 존재이기도 하다.

안구의 건조를 막아주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눈물이 나와 퇴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눈물은 유익하고 고마울 때가 있다. 눈물샘이 막히면 신체적 장애를 유발한다. 정상적 눈물 유출은 건강한 육체 보존에 일조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필요성이 적은 것은 퇴화되고 필요 없는 것은 소멸된다.

눈물은 단순히 슬픔을 연상하게 하는 것만 아니다.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진실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조선시대 박지원이 쓴 마장전(馬駔傳)에 美人多淚(미인다루) 故英雄善泣者(고영웅선읍자) 所以動人(소이동인)이란 구절이 있다. 미인은 마음이 여려 눈물이 많고, 영웅이 흘리는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려는 것이다.

거짓 아닌 진실의 눈물은 참의 마음을 안고 있다. 쓸모없는 것도 잘 활용하면 유익할 때가 있듯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의 평화가 온다.

눈물의 참된 의미를 알고 우리의 삶에 도움 주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고마움을 줄 수 있다.

약력

현대수필 등단

중앙대 문인회 이사

저서 ‘열쇠목걸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