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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바람을 흔들 때
정민호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나무는 바람을 흔들어댄다
흔들리는 것이 어찌 나무뿐이랴
바람도 나무 때문에 흔들린다
바람이 불 때는 나뭇잎이 흔들리지만
바람은 항상 그칠 때에만 그친다
나무를 베어 바람을 막겠다고
사람들은 바람막이 숲을 만들어
바람과 나무의 관계를 끊는다
바람과 나무가 함께 움직일 때
나무도 바람을 흔드는 것은 어쩌면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서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꼼수다
여의도에 가보라
그들이 하고 있는 것도 바람이요 나무요 꼼수다
시인
저서 ‘꿈의 경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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