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나무처럼 살리라
- 海心 구장회 -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청명한 날, 은퇴 목사님들과 함께 봄꽃 향기를 맡으러 관광버스를 타고 태안에 있는 천리포로 달렸다. 날씨까지 청명하여 기분이 너무 좋았다. 좌우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봄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박태준의 ‘동무 생각’을 조용히 불라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나 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천리포수목원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리니 바닷바람에 서늘함이 느껴졌다. 천리포 수목원은 두 번째로 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에 마음은 새로웠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아내와 함께 봄동산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도 보통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자연 동산에서 아내와 함께 로멘스그레이를 만끽하며 자연 세계에 깊숙이 파묻혀 들어갔다.
그림 같은 풍경이 앞에 전개되었다.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 있었다. 꼬불꼬불 좌로 우로 오르락내리락 오솔길을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목련꽃, 수선화, 월계수, 영춘화 그리고 신비로운 식물들이 많았고, 이름 모를 꽃들이 화단에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익숙지 않은 꽃나무 노각나무, 완도 호랑가시나무, 민병갈 원장이 경매장에서 낙찰해서 가져왔다는 엘로우 버드, 꼭 모양이 노란 새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민병갈 원장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블루베리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작은 언덕에 오르니 서해가 눈앞에 펼처진다. 바닷바람에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해변가에 앉아서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았기에 우리 일행은 잠시 그곳 벤치에 앉았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의 시간도 가져 보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마음에 평화를 느끼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소유하기를 기원해 보았다. 조용히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마침 故 林山 민병갈(Carl Ferris Miller) 박사 12주기 추모 사진전이 열리는 전시관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미국의 청년 장교로 한국에 와 반세기를 넘게 살면서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들었다. 민병걸 박사(1921-2002)는 수목원을 조성한 지 30여 년 만에 비록 작지만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들었다. 18만 평의 대지에 14.000종류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물을 가져왔고, 목련류, 감탕나무류, 동백나무류, 무궁화, 단풍나무류 5가지에서 세계적인 보유량을 확보했다고 한다. 원예학회의 노벨상으로 일컫는 ‘Veitch Memorial Medal’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여 대한민국을 자신의 조국이라고 말을 했다.
나는 민병갈 박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의 멋진 삶에 머리가 숙어졌다. 그를 추모하는 전시관 밖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그 문구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민병갈 박사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글귀였다. “나는 나무처럼 살리라.”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300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 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처럼 살겠다는 그가 죽기 전에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무덤을 만들지 말라 그런 묘 쓸 땅이 있다면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어야 한다“
나무처럼 살겠다고 하시며 미국인이면서 한국에 귀화하여 이토록 아름다운 정신을 보여주며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민병갈 박사의 정신에 큰 감동을 하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머리가 숙어졌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백여 층의 거대한 빌딩을 세운다고 해도, 아름다운 자연을 가꾸어 세계적인 수목원을 이룬 것과 감히 비교할 수 있겠는가, 눈에 보이는 큰 업적을 자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거대한 빌딩 안에서 오늘 내가 느끼는 자연에서의 흐뭇한 감동을 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천리포 수목원을 이룬 민병갈 박사가 더욱 위대해 보였다.
그가 이루어 놓은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에서 나도 민병갈 박사님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속 구 처 올라왔다. 전시관 출구 쪽에 사진전을 보고 관람자가 느낀 것을 간단히 메모하여 붙여놓는 게시판이 있어서 나는 “자연을 사랑하시는 민병갈 원장님에게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라고 써서 붙여 놓고 나왔다.
나무는 우리 인간을 위하여 큰 역할을 하면서 자라고 있다. 공기를 맑게 해주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싱그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나무는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감람나무는 기름을 내어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고, 무화과나무는 아름답고 단 열매를 맺고, 포도나무는 포도주를 내어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을 했다(삿 9:9~13) 인간을 섬기며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무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웃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어 아름다운 수목원을 이룩하고, 민족애와 애국심,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을 드려 헌신한 민병갈 박사님의 숨결을 느끼면서 수목원을 나서며 민 박사님처럼 나도 가슴 깊이 다짐해 본다. “나는 나무처럼 살리라”
[작가설명]
대한기독교교육협회 회장 역임
한국 기독교 문인협회 회원
2011 크리스찬 문학 대상
<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