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海 가는 길

신동일

대지를 구워 삼킬 듯한 三伏더위인데 당년 첨으로 중부지방에는 수해 피해로 인한 뉴스이고 남쪽은 마른장마만이 지속된다는 속보이다. 특히 곡창지대인 전라도는 학수고대하는 가뭄해소의 비는 아니 내리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고온은 쉴 줄 모른다. 보름 이상을 35-6도를 오르내리는 가뭄이 지속되는 7월이 다 가기 전 시원한 동해 강릉을 찾아가던 중 잠시 칠월이면 생각나는 일제말의 저항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란 시 한 구절로 이 무더위를 식혀본다.

해마다 이 때 쯤 7월에 생각나는 과일은 뭐니 뭐니 해도 청포도가 더위를 식혀준다. 하늘색 ‘청포도’란 참신한 시어를 통해 시 전체를 밝고 선명한 분위기를 형성 어둡고 억압적인 일제를 일탈하여 아늑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을 잔잔한 시어를 통해 수놓은 명작이다. 특히 ‘청포도, 하늘, 푸른 바다, 청포’ 등으로 대표되는 쪽빛과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손수건’ 등으로 대표되는 흰 빛의 밝고 선명함은 흰 옷 입은 백의민족에게 언젠가 다가올 아름다운 꿈의 빛깔일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선명한 색채적 대조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 시로서 뛰어난 시적표현과 생동감 나는 감각적 표현은 내 조국을 떠나 ‘…….고달픈 나그네’신세로 전락한 당시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1939년 8월 ‘문장’지를 통해 발표된 작품으로 불과 해방을 몇 년 앞 둔 시기에 발표되었기에 더욱 아쉬움으로 밀려드는 7월이다.

2년 전 6월 말경 필자가 소임을 맡고 있는 국제라이온스협회 전북 00클럽의 수장으로서 임기 마감 며칠 앞두고 강릉 옥계클럽의 회장 이-취임식장에 참석차 동해를 다녀온 일이 있다. 10여 년 전 강릉 옥계클럽과 자매클럽의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어 해마다 이 때 쯤 우리나라 끝자락인 강원도 동해의 옥계클럽을 방문해서 祝辭를 낭독하는 내빈으로 초대를 받고 생각하니 //…….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는 //…….풍경을 연상케 하는 곳이 바로 동해시가 아닌가. 당일 동해의 00호텔 식장에 참석할 20여 명의 회원을 인솔하고 관광버스 편으로 간식과 음료수를 준비해서 오전 10시경 단 하루의 일정으로 장거리 여정에 올랐다.
매년 이맘때면 동해를 오가던 회원들은 목적지 까지 가는 시간은 약 6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국내 여정으로서는 가장 원거리가 아닌가. 필자가 직전 학교에 재직 중 몇 년 전 직원 단체로 강릉 경포대와 강릉 박물관을 답사차 다녀온 일이 있다. 시간여유가 나면 다시 가고픈 곳이 강원도 강릉 경포대와 동해 쪽빛 물결이었기에 내심으로는 동해의 쪽빛 물결이 그리운 터인지라 기대감과 행복감이 밀려온 것이다.
벌써 일행을 태운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나 대전을 경유 중부고속도로를 질주 중이다. 기사님 왈, 회장님 점심은 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묻기에 전국을 자주 오가던 버스 기사님이 우리보다는 지리에 더 밝을 텐데 유명한 음식점을 택해서 안내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시간 여유가 있으니 내친 김에 전국에서 양질의 쌀 생산의 명승지 여주까지 가면 좋은 음식점이 있으니 그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평화롭고 아늑한 농촌도시, 점심때가 조금 지난 터이라 여주란 이정표를 발견하는 순간 일행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러나 예전의 농촌마을 여주가 아닌 환하게 트인 차도와 수많은 인파들이 거니는 모습의 곳곳에서 발전의 메아리가 들려오는데 먼 곳에서 커다란 간판에 여주대학교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환히 들어온 순간 대학시절 잠시 친구 찾아 다녀간 곳이요, 이제는 수십 년이 지난 오늘의 여주란 고을은 만경창파의 곡창지대로서 드넓은 농촌만이 아닌 수도권에서 가까운 도시인들이 그리워하는 조용한 전원도시요, 한편 사회지도자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도 존재하는 소도시이기에 앞으로 무궁한 발전상이 기대되는 고을이기도 하다. 안내를 받은 음식점에 들어선 순간 농부들의 피땀이 응고된 결실로 생산한 찰진 여주 쌀로 빚은 돌솥 밥에서는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즐비하게 차린 색다른 찬들이 보통의 밥집에서 볼 수 없는 차림이다. 구미에 맞아서인지 모두들 배가 불룩하도록 포식을 하고 밥값이 얼마냐고 물으니 보통 밥값보다 두 배의 값이라기에 적절한 밥값을 낸 것 같다.
다시 동해를 찾아 가는 길, 녹음으로 출렁이는 산자락 사이로 환히 트인 산길을 일행을 태운 버스가 질주하는 순간 어느덧 강원도 대관령이란 이정표가 반기기에 10여 년 전 당시 이 근처 평창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이던 아들의 상관인 대대장 생각이 난다. 풋풋한 인간미가 남다른 당시 대대장 남호창 중령‘먼 곳까지 방문해 주시니 감사의 표시로’손수 대관령에서 건조한 이 고을의 특산물 황태 두 박스를 선물로 주었던 일이 스치는 순간이요 그 후 두어 달 동안 식탁에 자주 오르내리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평창 가는 길 도중에 국립공원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 편백나무 숲길 따라 망중한의 여유를 찾아 전 가족 불공을 드리고 돌아온 추억이 어제 같다. 일행들을 안내 하고팠으나 동해로 직진하여 시간나면 기암괴석 사이로 굽이치는 쪽빛 동해의 물결과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했던 정동진을 답사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 한다. 도착 후 00 횟집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호텔의 식장으로 입장하면 좋을 것 같다.
평일이어서인지 당일은 인적이 드물고 동해로 향하는 차도는 오가는 차량도 뜸해서 녹음으로 출렁이는 산천은 이르는 곳마다 에메랄드빛이어라. 사방에서 자연의 메아리가 들려오고, 특히 울울한 송죽사이에서 산새소리 청아하여 골골에서 흐르는 벽계수에서 들려오는 음향은 삶에 지친 중생들에게 행복과 평안을 안겨주는 곳이 국내에서 유일한 명승지 동해바다 아닌가!, 꿈과 낭만의 해변 드디어 장시간 달려서 이른 곳이기에, 일제말기의 저항시인 이육사의 시 한 구절이 맴돈다.//……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는//…… 풍경을 연상케 하는 곳, 바로 동해라는 이정표가 나그네 발목을 붙잡는다. 창가에 비쳐진 동해의 시원한 쪽빛 물결의 풍경을 실제 일행들과 차에서 내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몇 년 전에 와본 곳인데도 새롭고 또 새로운 곳이 바로 中國 4大詩人 唐代 李白의 ‘山中問答’의 시에 나오는 ‘別天地’가 따로 있을까, 東海가 바로 別天地네그려. 두보와 이백이 술잔을 나누며 적벽부란 시상을 떠올리던 곳 적벽이 바로 동해 해변의 정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설명]
문학박사. 시인. 수필가.
현 아태문인회 부이사장.
2006년 혼불문학상 시 공모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