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영상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봄 축제(매년 5월 초)로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콘셉트 연극제 ‘제9회 부산국제연극제(BIPAF)’가 5월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등 부산 남구 내 공연장을 중심으로 열흘간 펼쳐진다.

BIPAF은 철저히 콘셉트에 입각한 국내 초연 작품(국외 초청작)을 엄선하기 때문에 국내 어떤 연극제보다 신선미가 있고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 콘셉트는 'Hello, Asia(안녕, 아시아)'. 부산국제연극제 허은 위원장은 "그동안 공연예술분야에서 아시아가 많이 소외돼 있었다"며 "아시아 연극과 세계 연극의 공통점과 차별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개막작은 중국 사천성천극원의 '수유기'. 천극은 중국의 쓰촨 지역에서 유래한 공연 형식으로 경극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 중 하나. 허 위원장은 "경극은 많이 소개됐지만, 국내에 천극이 소개된 적은 없어 초청하게 됐다"며 "중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수준급 연기자들이 출연해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셉트에 맞는 작품을 소개하는 'BIPAF 콘셉트'에는 개막작을 포함해 연희단거리패의 '자장가', 대만 무브시어터의 '일 대 영(1:0)', 일본 세이넨단(靑年團)의 'Suddenly Married(서든리 메리드)' 총 4작품이 온다. '자장가'는 한국의 '해님 달님' 전래동화와 단군신화의 호랑이를 하나로 연결해 전통 그림자극인 '만석중 놀이'로 풀어냈다. '일 대 영'은 사랑과 일상을 스포츠로 풀어낸 신체극. 무대에서 스포츠의 형태로 움직임을 표현했다. 2011년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갑자기 결혼한'이란 뜻의 'Suddenly Married(서든리 메리드)'는 어느 날 갑자기 부부가 된 쇼헤이와 스미에를 쇼헤이의 형과 스미에의 언니가 별거 중인 자신들을 붙이려고 꾸민 거짓 결혼이라 의심하는 내용. 일본의 대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이다.

콘셉트 이외의 초청작인 'BIPAF 오픈'에는 7편이 선보인다. 이 중 폐막작인 뉴질랜드 레드립시어터(Red Leap Theater)의 'The Arrival(이방인)'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동화 작가 숀 탠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고국을 떠난 이방인의 이야기다. 동화를 토대로 한 작품답게 환상적인 이미지, 인형, 그림자 등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LG아트센터와 공동 기획했다.

벨기에와 한국이 공동 제작한 '병사 이야기'는 조각가 최수앙의 인형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바탕으로 선택의 갈림길에 선 나약한 한 병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안산 국제 거리극축제'와 공동 기획해 안산에서도 공연된다. 부산 극단 '맥'과 이탈리아 극단이 공동 제작한 '개똥할매'는 한 어머니의 일생을 통해 가족 제도 등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동해안 별신굿, 동래야류, 인형극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했다. 올해 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과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 참가작이다.

이밖에 부산 단체의 공연 제작을 사전에 지원해 만들어진 극단 더블스테이지의 '길', 한국 연희단거리패의 '코마치 후덴', 한국 공간아트컴퍼니의 '짝퉁'과 부산연극제 대상작이 관객을 기다린다.

올해 부산국제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은 'Go, 아비뇽 OFF'라는 경연 프로그램의 신설이다. 부산국제연극제는 2010년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과 맺은 상호 교류 협약을 통해 매년 국내 작품 한 편을 아비뇽에서 공연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이를 연극제 내에서 경연을 통해 선발한다. 총 42편이 공모한 가운데 극단 자갈치의 '굿거리 트로트', 연극놀이터 쉼의 '안녕, 엄마', 댄스시어터 창의 'Brother' 등 총 12편이 관객과 만난다. 축제 기간 중 2일 2회 선보인 후, 심사위원단이 아비뇽에서 공연할 작품을 최종 선발한다. 최종 선발된 팀은 상금을 비롯해 대관비, 체재비를 지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