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전북 수필과비평 작가회장 역임제24회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수필집: 「그곳에 가고 싶다」.

강 노인은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교차로에서 빨간 신호등에 잠시 멈추었다가 신호가 바뀌어 막 출발하는데 갑자기 우회전하는 승용차와 부딪혔다. 강 씨와 자전거는 함께 넘어졌고, 승용차는 바로 멈추더니 오십대의 운전자가 뛰어나와 부상유무를 물었다. 강 씨는 툭툭 털고 일어나며 살펴보니 별로 다친 데도 없고 자전거도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승용차 운전자는 병원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어보자고 했으나 괜찮다고 하자 어르신 집에까지 모셔다드리겠다며 승용차에 태우고 자전거도 뒤 트렁크에 싣고 상당한 거리인 집 까지 태워드렸다. 그리고 자기 명함을 주며 보험사에 연락하면 되니까 내일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바로 연락주시라며 정중히 말 하였다. 그 이튿날에도 강노인의 몸에는 이상이 없었고 마침 휴일이라 집에서 쉬고 월요일이 되어 외출하기위해 자전거를 타려고 하니 앞 타이어 일부가 휠에서 벗겨져있었다. 자전거포까지 끌고 가 수리를 했는데 비용도 3천원밖에 나오지 않아 사고 차 운전자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강 노인은 70대 중반이 넘은 나이다. 젊어서는 장사도 하고 택시운전도 하다가 지금은 은퇴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 평소 말이 없고 성실하며 웃는 모습에서 선량한 성품이 느껴진다. 사고를 낸 사람은 명함에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되어있다. 그날 사고는 운전자가 우회전하며 좌측에서 오는 차만 신경 썼지 우측에서 오는 자전거는 미쳐 못 보았다고 한다. 내가 듣기에 그 사람은 자기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알았고 노인에 대한 태도나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을 폄훼하고 거짓이 많은 세상에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참으로 요즘 보기 드문 아름다운 모습이다. 자동차끼리 살짝 부딪힌 접촉에도 뒷목을 감싸 안고 내리며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끼어들기라도 했다면 보복운전으로 추월해서 차 앞을 가로막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운전대만 잡으면 왜 그렇게 여유가 없고 살벌해지는 것일까. 서로 양보하고 시내에서는 좀 더 천천히 운전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다면 사고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차와 자전거 접촉사고는 1년에 4천여 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강 노인의 넉넉한 마음씨와 운전자의 공손한 태도는 오랜만에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이런 따뜻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