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이 만 균

당신은 물처럼 살았다

자신을 물이라고 했다

바닥을 적시며 빗물 자나가듯

가슴 벅차도록 바쁜 행로의 시간을 따라

낮은 곳, 넓은 곳으로 가는

풀잎 끝에 한 방울 물이었고

물속의 물이었음에

막히면 돌아가고, 깊으면 고이고

담기면 담긴 대로 순천하며

온갖 인정과 애환과 환열을 가공하며

때 묻은 손을 문질러 주었던 그대

어인일로 오늘은

물기 잘 빠지는 야트막한 언덕 뗏장 아래

미라가 되려 하는가

물은 당신에게 무엇이었기에

이제는 눈물조차 없는 시간 밖으로

깜짝, 일탈 하려 하는가

[사진없음]

1958년 현대문학 등단

‘다시 지리산에서’, ‘위대한 생명 숲’,

'즐거운 어린이 예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