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장 노명종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신조어인 열정페이(熱情pay)가 우리 사회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 어느 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운영한 회사의 직원 급여내역이 SNS에 올라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부터이다. 일 경험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에게 교육․훈련을 빌미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열정페이가 우리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빠른 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 기술을 가르쳐 활용하기 보다는 바로 활용이 가능한 숙련된 인력을 선호하게 됐다. 따라서 청년 구직자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고용환경의 변화로 인해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일을 경험하면서 숙련된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부여되고, 기업은 현장 실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인턴십, 현장실습 등 다양한 일 경험 제도가 노동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 경험 제도는 기업과 학교, 그리고 교육기관(학교, 훈련기관 등)이 협력해 기업에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력을 키워내고 청년에게 일자리 희망을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자칫 교육․훈련의 목적이 아닌 기업의 인건비 절감의 수단으로 악용돼 청년들을 열악한 근로조건과 처우로 내모는 사례가 발생하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러한 일 경험 제도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하고 당초 의도한 목적에 맞게 제도가 잘 활용되도록 최근 ‘일 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일 경험 수련생(인턴, 견습생 또는 실습생)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구분하기 위한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직무교육 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는 일 경험 수련생으로 볼 수 없도록 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상시 근로자의 일정 비율(예: 10% 내외)을 초과해 일 경험 수련생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수련기간도 업무 난이도에 따라 2~6개월로 제한하는 등 기업이 일 경험 제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밖에도 일 경험 수련시간을 제한(1일 8시간, 주 40시간)하고, 위험 또는 유해한 업무는 배제토록 함으로써 수련생을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재해예방, 성희롱예방 등 수련생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주의 의무를 부여하고 사업주가 신규채용을 하는 경우, 가능한 한 해당 사업장에서 수련과정을 거친 구직자를 우선해 채용하는 노력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턴십, 현장실습 등 일 경험 제도를 위축시켜 구직자들의 일 경험 기회를 축소하는 부작용만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경험과 지식을 습득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한편 기업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 경험 제도가 우리의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제도인 만큼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산업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지방관서에 전담자를 지정해 전문적 상담을 제공하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이드라인 정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과 함께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이번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만으로 일 경험 제도의 부작용이 모두 개선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열정이 단지 소모품으로 취급되기보다 일자리에 대한 희망으로 발전되도록 우리 모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가이드라인 준수가 열정페이와 같은 잘못된 고용관행을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