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김홍도(1745-1806), 지본채색, 30.1×46.1cm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 자웅장추(雌雄將雛: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변상벽(1730-1775), 지본채색, 30.0×46.0cm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내년 3월 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동식물을 소재로 우리 선조들의 현세적 욕망을 담아낸 화훼영모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10월 23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유명 예술가들의 9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든 동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화’

‘화훼영모’란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을 일컫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동식물들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화훼영모화’라고 한다.

자연친화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여러가지 명칭으로 다양한 동식물 그림을 그려 왔다.

꽃과 풀이라는 의미의 화훼(花卉)와 꽃과 새라는 뜻의 화조(花鳥), 풀과 벌레라는 의미인 초충(草蟲) 및 새와 짐승이라는 뜻의 영모(翎毛)가 그것들이다. 여기에 물고기와 게라는 어해(魚蟹)와 물고기와 새우라는 어하(魚蝦)가 더해진다.

전통시대 화훼영모화는 산수화나 인물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우리 선조들은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들도 자연의 일부임과 동시에 우주만물의 섭리가 함축된 존재로 인식했다. 이를 보고, 기르고, 글과 그림으로 옮겨내면서 자연과 생명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고, 자신의 성정을 함양하고자 했다. 또한 동식물들을 통해 도덕적 이상과 더불어, 무병장수나 입신출세 등과 같은 현세적 욕망을 담아냈다.

500년간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

전시에서는 공민왕, 이징, 윤두서, 정선, 변상벽,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신사임당 등 고려 말에서 조선말까지 500여 년 동안 당대를 대표할만한 화가들이 동식물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수장하고 있는 작품들 중 각 시기를 대표하는 그림들을 골랐다. 전시를 통해 그 당시의 시대정신과 기법의 차이, 화풍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자 재미다.

한 예로 고려말 조선초 주자성리학 도입과 정착 시기에는 남중국 물소가 등장하는 등 중국 남방 화풍의 강한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퇴계 이황이 주자성리학을 발전시켜 조선성리학을 이뤄냈을 때는 화풍에도 진경산수화가 출현했다. 이 때 화훼영모화도 독자적인 사생기법이 완성되고, 조선남종화풍으로의 반전을 거쳐 조선 고유색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단원 김홍도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후 추사 김정희가 청조고증학을 받아들여 문호를 개설하자 청조문인화풍의 함축된 생략기법이 화훼영모화에도 이념적으로 반영됐다. 이렇게 550년 동안 지속된 성쇠기멸의 문화현상을 이번 화훼영모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김홍도(1745-1806), 지본채색, 30.1×46.1cm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화창한 전원의 봄날, 긴 꼬리를 가진 검푸른 제비나비가 꽃을 보고 날아들었다. 주황빛 고양이가 고개를 돌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나비를 쳐다본다. 언뜻 늦봄 한가롭고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환갑이나 생신을 감축하기 위해 그린 그림일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일흔 노인, 나비는 여든 노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장수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까지 이처럼 빼어나니, 아마도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터이다. 옛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멋진 풍류가 새삼 그리워지는 작품이다. 

▲ 자웅장추(雌雄將雛: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변상벽(1730-1775), 지본채색, 30.0×46.0cm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화창한 어느 봄날 풀밭에서 노니는 닭의 일가족을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린 변상벽은 영조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였다. 초상화를 그리는 정밀한 기법으로 동물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특히 고양이와 닭을 기막히게 그려 변고양이, 변닭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다. 닭의 모양새는 물론, 깃털의 질감까지 남김없이 묘사한 정확하고 세밀한 필치가 놀랍다. 외양뿐만 아니라, 닭과 병아리들의 성격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히 닭의 초상이라 부를만한 작품이다.

화훼영모화는 가장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 중 하나다. 우리 그림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림 속에 담긴 선조들의 이상과 욕망, 삶의 지혜까지도 엿볼 수 있다.

티켓가격은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문의 070-7774-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