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강남본부 과장 이주복

경제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만큼만 돈을 가지고 있으며, 그 보다 많은 돈은 금융기관에 맡긴다. 그러나 각자 습성에 따라 보관하다가 가끔 돈이 훼손되는 사례를 경험하기도 한다. 보관하던 돈 가운데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훼손된 경우에는 한국은행으로 교환하러 오게 된다.

2014년에 한국은행이 교환해준 소손권의 규모는 15억 2,300만 원인데, 그 중에서 ‘불에 탄 경우’가 7억 7,800만 원, ‘습기 등에 의한 부패’가 5억 6,200만 원이며, 특이사항으로는 대구에 사는 박모씨가 할머니의 유품을 소각하던중 불에 타고 남은 400여만 원을 교환해 간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소손권이 생기는 이유는, 돈이 태풍이나 폭우 등으로 물에 오랫동안 젖어 있었거나, 상가나 주택의 화재로 돈의 일부가 불에 타버렸거나, 습기를 머금어 곰팡이가 피었거나, 주머니에 넣은 채 세탁해 탈색됐거나, 예리한 기구 등에 의해 조각이 난 경우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소손권은 잘못 다루면 부스러지거나 본래의 형태가 변형되므로 일반 은행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한국은행에서만 바꿔주고 있다. 교환기준은 일반손상권과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낱장별로 원래 돈의 크기와 비교해 보고 줄어들거나 늘어났을 경우 남은 면적을 기준으로 하되, 앞 뒤 양면을 갖추고 얼마만큼 남아 있느냐에 따라 판정금액이 달라진다. 즉 소손권은 돈으로서의 확인이 가능하고 남아 있는 면적이 원래 돈의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가의 전액으로, 5분의2 이상 4분의3 이내이면 액면가의 반액으로 교환해 준다. 남아 있는 돈의 면적이 원래 돈의 5분의2 미만이면 교환해 줄 수 없고 무효화폐(無效貨幣)로 분류한다.

면적 측정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이미지 스캔방식의 면적측정프로그램 또는 권면측정판(券面測定板)이라는 격자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정밀하게 판정한다. 궁금한 내용은 한국은행 홈페이지(http://www.bok.or.kr)/화폐/화폐관련법규및서식/화폐교환기준및방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불에 탄 돈의 경우 최대한으로 교환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에 탄 돈 자체를 발견 당시의 원형 그대로 한국은행에 가져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돈이 소형수제금고나 계산대 주머니 지갑 등에 보관된 상태로 훼손됐을 경우 떨어져 나간 돈 조각과 함께 용기(容器)째 가져오면 된다. 당황해서 불에 탄 돈의 재를 털어내는 일은 판정금액을 줄이는 일이 되므로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불에 탄 돈의 양이 많을 때에는 소방서 등에서 발행한 화재발생 증명서류와 주민등록증 등을 함께 가져오면 교환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불에 타거나 다른 사유로 멸실된 부분이 극히 적거나 불에 탄 부분 등을 일반 종이에 붙여 멸실 염려가 없을 경우로서 남아 있는 부분이 기준 면적을 초과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일반은행에서도 교환해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화재가 진압된 후 불에 탄 돈의 처리방법을 한국은행에 문의해 보관용기를 통째로 가져와서 화재전 보관 추정금액의 상당부분을 교환해 가고 있다. 소손권을 낱장 단위로 분리해 내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때도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주민들께서는 화재 등 재해예방에 각별히 노력하는 한편, 필요 이상의 돈은 안전한 금융기관에 맡겨서 보관상 부주의로 인한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아울러 화재나 폭우 등 재해로 인해 돈이 심하게 손상되면, 돈을 발견당시 상태 그대로 보전하고 소방관 등의 안내에 따라 한국은행으로 가져올 것을 주민여러분에게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