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래로 사람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다.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모든 재화는 상품화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며, 수요와 공급이 그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 인간의 노동력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은 이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품과 동일하게 보기 어려우며, 자신의 노동력을 누군가에게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근로자들은 사용자들에 비해 불리한 지위에 처하기 마련이다. 노동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불리한 거래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거나 사용자의 지시·감독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생활 실현을 그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각국의 노동법은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과 관련한 최소한의 요건을 법으로 정해 강제하는데, 이는 앞서 본 사적 자치의 원칙과 같은 근대 시민법 원리에 중대한 수정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저임금법’을 통해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위한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한편,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휴게·휴일, 임금보장, 근로조건의 서면명시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기반한 것이다.

그럼 기초고용질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왜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기초고용질서는 고용관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임금액 등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국가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제때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초고용질서는 단순히 근로자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근로계약 서면 체결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간 다툼을 예방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지킴으로써 노동생산성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고용질서 준수는 고용시장 질서 유지의 최소 기준이며 출발점인 것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초고용질서 확립을 위해 음식점, 두발이용업, 주유소 운영업, 계약배달 판매업 등 고용질서가 취약한 업종을 중심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초고용질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로 위촉해 청소년 다수 고용사업장을 방문․지도토록 하고 있다.

서울강남지청에서도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를 ‘2015년 하반기 기초 고용질서 일제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강남구 소재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는 근로복지공단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실시해 점검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를 위촉해 편의점, PC방, 패스트푸드점 등 청소년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관계법 위반여부를 확인하고 기초고용질서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고용질서는 정부와 근로자, 사업주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정부의 노력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기초고용질서가 확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초고용질서의 보장이 단순히 사용자에게 비용 내지 부담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의 최소한도 약속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이를 준수할 때, 근로자의 사기 진작과 생산성의 향상에 따른 이윤창출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며, 근로자들도 본인의 권리를 스스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와 근로자, 사업주의 참여와 협력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최소한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기초고용질서가 우리 사회에 확립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