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정직하다. 재계총수를 비롯한 잘 사는 사람에게만 비추지 않는다. 잘 살든 못 살든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그 빛(재건축)을 조작해 일부에게만 비추려 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은 평일임에도 재건축 관련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개포동 주민 3천여명의 목소리가 보행자들의 발길을 잡았다.   

31년간 개포동에 거주했다는 김하숙(62?개포1단지)씨는 “집이 곰팡이 천지이고 노후로 바닥 밑으로 연결된 파이프까지 엉망”이라며 “겨울에는 1층부터 꽁꽁 얼고, 여름에는 천장에 물이 새 형광등 부근까지 미친다. 때문에 불을 꺼놓는 등 아파트 주민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박원순 시장이 1주일만 이곳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격앙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시위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가 재건축 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기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지으라고 권고함에 따라 개포주공 2~4단지, 개포시영과 부분임대 확대 권고안을 받은 개포 1단지 조합원들이 이를 비난하며 일제히 일어난 것이다.

그들은 이날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해 소형주택을 전체의 20% 이상 공급하는 기존 방침에 맞춰 재건축을 승인해 줄 것을 주장했다. 

이승희 개포시영 재건축위원장은 "시는 주민들 불안감을 방치하지 말고 오는 7일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정비계획을 심의해 달라"고 촉구하며 "박원순 시장을 직접 만나 주민들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주민과 시 공무원 간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또 이 위원장을 비롯한 5개 단지 조합 대표들은 이날 "주민들이 자유롭게 재산권을 누릴 수 있게 해 달라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조례에 따르면 ‘재건축 때 전용 60㎡ 이하 주택을 전체 가구수의 20% 이상 지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2(60㎡ 이하) 대 4(60㎡ 초과 85㎡ 이하 ) 대 4(85㎡ 초과)’ 원칙이 통상 적용돼 왔다. 개포재건축연합회도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60㎡ 이하를 20% 짓는 재건축을 지난 1996년부터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대형 미분양이 속출하고 소형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저소득층 및 세입자 정착률을 높이고자 소형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2:4:4 원칙이 깨진 바 있다.
또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소형평형 위주 대책이 알려지면서 개포주공 3ㆍ4단지 등 인근아파트 지역의 분양가가 떨어지는 등 3,000만원을 전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개포 주민들은 오는 8ㆍ19ㆍ29일에도 재차 집회를 열고 재건축 기존안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은 관련없나?>

개포동 재건축과 관련해 서울시와 개포동 주민 간의 입장차이가 좁혀들지 않는 가운데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정비계획의 입안권자에 해당하는 강남구(구청장 신영희)는 조용히 사태를 예의주시할 뿐 어떠한 반응도 취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주택개발팀 황승호 팀장은 “주민들과 시의 입장이 현저히 달라 장단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서울시가 주장하는 개포지구 소형 50%확대와 기존원안인 20%의 격차를 줄이고자 현황분석에 매진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