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 재외공관 국감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다. 우리가 다녀온 유럽에서도 한반도에서와 마찬가지로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핵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저의 국감 반이 다녀온 영국이나 튀르키예 등 나토 회원국들은 푸틴의 핵무기 공갈에 위축되지 않고 나토 핵 공유 전략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러시아 국경에서 1,000km가량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핵무기 투발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 (Steadfast Noon)을 진행하고 있었다.

30개 나토 회원국 중 14개 회원국에서 60여 대의 항공기가 동원되어 있었는데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라는 공포의 균형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으며, 이에 국민과 여야 정치권 모두가 지지하고 있었다. 유럽 정치인들의 말에 의하면 나토 핵공유 협정을 맺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나토 창설 초기 미국이 그들의 핵우산을 추호도 의심하지 말라고 유럽 국가들에 계속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 정치권은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미국에 계속 압력을 가하였다. 그 과정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독자적 핵무장을 했고 독일까지 핵무장을 이야기하자 결국 독일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미국은 핵 공유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근 김정은은 핵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행동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다가도 정작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하거나, 미국의 전략 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올 때면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이동해 숨어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는 공개적으로 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맞대응을 지휘했다. 

  한국이 실사격 포격 훈련을 하면 북한군은 수 시간 안에 포문을 열고 있다. 남북 경계 완충지역 내 사격을 금지한 남북 간 합의도 깼다. 자신들의 혈맹인 중국에서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가 진행 중이지만, 한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포탄을 날리고 있다.

  지금 북한은 “핵이 터진 한반도에 미군이 상륙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수년간 핵을 앞세워 창끝을 뾰족하게 한 데 비해 한·미는 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2010년대 중반의 대응책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그마저도 북한의 연이은 무력 시위에 대응한다며 발사한 미사일(현무-2C)이 뒤로 날아가 떨어지고, 정상 발사한 에이테킴스 두 발 중 한 발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추적도 못 했다. 이런 대응으로 북한 지도부를 위축시킬 수 없다.지난 주말 경기 성남에 있는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통해 북한은 한국의 새로운 ‘약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끔찍 상상이지만, 북한의 미사일이나 낡은 전투기가 수도권으로 날아와 제2의 카카오 데이터 센터와 같은 핵심 시설에 자폭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해 보라. 우리가 북한의 핵 인질극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를 지속시키는 길은 유럽처럼 공포의 균형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 안된다고 자꾸 선 긋지 말고 이제라도 유럽 국가들처럼 나토식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